인생 2라운드를 앞둔 그녀들의 은밀한 소울 파티



세상은 나만 빼고 온통 반짝거리고,
한 것도 없이 나이만 들어가는 것 같아도


걱정 말아요.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 사이에 필요한
성찰의 시간을 선물하는 곳, 티아 게스트하우스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딸, 어느 회사의 직원. 미혼 여성은 미혼 여성대로, 기혼 여성은 기혼 여성대로, 대한민국 여성들은 각자 주어진 책임과 의무감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어지러운 일상 속에서 여자로서 가졌던 꿈과 정체성을 잃어가기도 한다.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는 저마다의 역할과 책임에 치여 정작 자신의 진짜 얼굴, 진짜 이름을 잃어가는 여자를 위한 책이다.
대한민국 대표 크리에이터 10인의 인터뷰를 담은 『당신은 스토리다』 저자 서영아는 ‘일상에서 쉽게 스쳐 지나가버리지만 반짝이는 여자의 시간과 생활’에 초점을 두고 이 책을 집필했다. 그녀가 창조한 책 속 여성들과 그녀들의 사연은 ‘티아하우스’라는 가공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이곳 티아 게스트하우스에는 방황하고 의심하고 자조하며 살아가는 뭇 여성들의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멘토, 티아 할머니가 있다.

“이 책은 제가 만난 티아 할머니와, 그 주변 여자들을 기록한 이야기입니다. 티아 할머니는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만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하는 진짜 삶, 그 자체입니다. 티아 할머니와 여자들의 브릿지 타임을 통해,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 사이에 필요한 고요한 성찰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요란하지 않아도 누구나 듣고 싶을 위안 한 조각도 드리고 싶습니다.” _작가의 말

때때로 절대적인 어른이 간절히 필요한
세상의 모든 서툰 어른들에게 바치는 위로


소설처럼 전개되는 이 길고 다채로운 이야기는 ‘서울’이라는 내성적이고도 강단 있는 캐릭터의 입을 통해 펼쳐진다. 삶에 대한 적당한 두려움과 긴장감을 갖고 살아가는 서울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캐릭터다. 그녀가 티아하우스에 머무르면서 사진을 찍고, 처음 만난 여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사람들을 관찰하고, 티아 할머니의 노트를 읽어가는 동안 조용조용 내려놓는 속내는 누구나 가슴 깊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넘쳐난다.

“생각해보면 어른이 되면서부터 더 간절히 ‘내 곁에 절대적인 어른이 있다면’ 하고 바랐다.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어버려 누구에게도 꺼낼 수 없던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말과 행동과 인생을 따라 하고 싶은 사람이 필요했다. 어른이 될수록 나는 외로웠다. 가족에게는 아주 어린 여자아이로 무시되거나, 의지가 되어줘야 하는 무거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친구나 동료도 나와 다를 바 없는 연약한 존재들일 뿐이었다. 나는 독립적이었으나 외로웠고, 마음을 들키고 싶지는 않았지만 끊임없이 따뜻한 위안을 필요로 했다.”

친구의 제안으로 티아하우스에 처음 발을 들이기 전 서술한 그녀의 고백은 이 책이 탄생한 이유와 직결된다. 해마다 늘어가는 나이가 마냥 무겁게 느껴지는 여자,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고 싶은 여자, 끝없이 주어지는 선택의 기로 앞에서 때로는 누군가의 지혜에 기대고 싶은 여자……. 티아하우스는 이런 평범한 여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티아하우스에서는 금요일마다 ‘브릿지 타임’이라는 모임이 열린다. 이 모임에는 도보 여행자, 건축가, 요리사, 성우, 편집자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여자들이 등장한다. 서른과 마흔, 결혼과 미혼, 현실과 도전 등 여러 갈림길 위에 선 그녀들은 자기 자신을 오롯이 지켜가는 삶, 단조로움 속에서 설렘과 즐거움을 발견하는 법, 일상의 아름다움을 지켜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여자들의 대화를 통해 독자들은 자신이 지향하는 삶을 재발견하기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건져낼 수도 있을 것이다.
여자가 행복해지는 행성, 티아하우스에서 펼쳐지는 마법 같은 시간에 당신을 초대한다.



▮ 책 속으로

이것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세상을 구하지도 못할 것이고, 돈과 명예를 줄 수도 없겠지요.
바란다면 우리가 여자로서 살아가는
기쁨을 발견하게 될 거라는 겁니다.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으면 됩니다.
인생을 행복하게 할 만한
생활의 지혜를 아는 사람들을 티아하우스에 초대합니다.
그런 지혜를 듣고 싶은 사람도 초대합니다. _p.20

나는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쉽고 간편하게 나를 위한 식탁을 차리는 법도 모른다. 바느질 솜씨도 서투르다. 피아노도 잘 치지 못한다. 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기술들을 별로 배우지 못했다. 나는 그저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규칙을 지키는 법을 배웠다. 남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는 법, 상대방의 눈을 불편하게 하지 않을 정도의 젓가락질을 하는 법. 그리고 어른이 되어 암묵적으로 배운 우아한 거짓말들도 있다. 때로는 진심을 이야기하는 것이 상대를 불편하게도 한다는 것, 때로는 진심 따위는 없는 사람처럼 굴어야 상처를 덜 받는다는 것. 그러나 규칙이나 눈치껏 배운 처세술은 아름다운 기술이 아니었다. 그냥, 이 사회에서 살아내는 생존의 기술이다. 내 삶을 깊게 만들어주지도 못했고, 누군가와 더 따뜻하게 관계를 유지하게도 못했다. 무엇보다 나는 혼자 있기를 잘했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아, 행복하다, 라고 느낄 수 있는 개인의 기술이 부족했다. 이곳에 오면서 나는 배움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한다. 일단 배워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을 들여 배우고 익히는 일은 내게 사치였다고 말하는 것은 핑계가 될까. _pp.63~64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밥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지겨운 것인지, 외로운 것인지, 따뜻한 것인지. 종일 먹지 않아도 허기지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이 특권인 줄도 몰랐다. 그때는 밥을 먹지 않음으로써 나의 슬픔을 표현했었다. 밥과 삶이 얇은 종이 하나 차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함부로 마음을 표현하고, 함부로 마음을 버렸다. 삶의 가장 기본적인 것을 낮추어 보았다. 그 덕에 나는 나를 위해 제대로 된 밥상을 준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 아직도 나는 나를 초대하고 축하하고 위로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_pp.96~97

티아하우스에 오기 전의 나는 누군가와 소통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 친구들이 있었지만 긴 세월을 함께하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결혼을 했거나, 애인이 생겼거나, 생활에 시간을 다 빼앗겼거나 아니면 그 어떤 이유도 없이 사라져버렸거나.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지내는 주말이 많아질수록 나는 혼자 있는 것도 즐기지 못하게 되었다. 이곳에 오기 전 나는 점점 나의 세계가 작고 초라해진다고 생각했다. 그건 타인을 바라보는 내 시선과도 닿아 있었다. 그 전에는 세상에 두 종류의 여자만 있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더욱 말이 많아지는 여자, 그리고 더욱 말이 없어지는 여자. _p.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