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뒤에 찾아온 천국 입주 시험
지상에서 충실한 삶을 살았음을 증명하라!


20세기폭스가 주목한 신개념 로맨틱 코미디 『내 생애 최고의 열흘』이 발간되었다. 개를 산책시키던 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스물아홉 살 알렉산드라(이하 알렉스)는 천국으로 인도되어 원하는 모든 것을 누린다.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너무 이른 나이에 죽은 탓일까? 알렉스가 천국에 있어도 마땅한지를 시험하는, 이른바 ‘천국 입주 시험’이 시작된다. ‘내 생애 최고의 열흘’이라는 주제로 에세이를 작성해 지상에서의 삶이 충실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음을 증명하라는 것. 알렉스는 천국에서 배정받은 화려한 2층 저택과 명품 아이템, 아무리 먹어도 살찌지 않는 몸, 그리고 옆집 사는 섹시남 애덤을 차지하기 위해 에세이를 쓰기로 결심한다. 기부 입학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파티 중 술에 취해 호텔 스위트룸을 태워먹고, 아빠 카드로 모든 것을 해결해온,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알렉스의 삶은 과연 어디로 흘러가고 있었을까?


20세기폭스가 반한 신개념 로맨틱 코미디
에이미 아담스 주연, 영화화 진행 중


할리우드 영화의 중심인 20세기폭스가 이 소설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젊고 예쁜 아가씨가 인생 역경을 뛰어넘어 성장해가는 플롯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인기 있는 소재 중 하나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전형적’이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이 ‘전형’이 얼마나 세련되고 낯설게 가공되었는지를 감상하는 과정은 대중에게 큰 즐거움일 수 있다. 리메이크 컨텐츠에 대중이 열광하는 것처럼.
『내 생애 최고의 열흘』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철없는 아가씨의 천국 입주기이다. 세속적인 아가씨가 천국에 입주하기 위해 지난 인생을 진지하게 고찰하는 이 이야기는 기존 로맨틱 코미디 소설과 완전히 차별화된 시작점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독특한 시작점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아데나 할펀이 그리고 있는 천국이 기존 문단이나 영화계에서 그려오던 것과는 달리 파격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 알렉스가 천국에서 원한 것은 살찌지 않는 몸, 지상에서 봤던 다양한 브랜드의 옷과 가구, 저절로 요리되는 조리도구, 어린 시절 즐겨 보던 프로그램 등이었다는 설정은 속물근성 가득한 주인공의 성격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천국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한다. 조금만 생각해보자. 천국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곳이라면, 뛰어난 상상력을 가지지 않은 한 사람들은 지상에서 누리고 싶어 했던 것들을 천국에서나마 마음껏 누리려 하지 않을까? 아데나 할펀은 이렇듯 신선한 소재와 리얼리티를 버무린 유머러스한 설정을 이용해 마치 ‘신’과 같은 솜씨로 천상과 지상을 창조한다. 이와 동시에 ‘오늘 당장 내가 죽는다면, 나는 천국에 갈 자격이 있을까?’라는 무게감 있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작품에 무게감을 더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극과 극의 무언가가 만났을 때 스토리는 더욱 큰 힘을 얻는다는 말처럼, 이 소설은 거대한 톱니바퀴가 굴러가는 것처럼 거침이 없다. ‘전형’ 속에서 ‘파격’을 제시한 로맨틱 코미디 소설 『내 생애 최고의 열흘』을 절대 놓치지 않길 바란다. 아울러 에이미 아담스가 열연할 동제의 영화 역시 기대하시길.